요즘보면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성격상 큰 결점이 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인기가 많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은데요.

좋게 보면 사회생활을 정말 잘 하고 있는 것이고요. 다르게 보면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커서 늘 적정 지점까지만 관계를 허용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가령, 직장 동료들과는 직장에서만 좋은 관계를 유지할뿐 퇴근 이후에 만남을 이어간다거나 회사 이외의 장소에서 따로 만남을 가지는 걸 꺼려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기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 그게 재충전을 하는 그 사람들만의 방식일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인간관계에서 허용한 선을 다른 사람이 넘거나 침범할 경우 경계심이 작동합니다. 왜 일까요? 더 이상 상처받고 싶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혼자 있는 게 더 편한 사람들은 무의식에 사람들로 인해 받은 상처가 크고 억눌려 있을 수 있어요.
우리는 과거에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아빠는 어릴 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지 못했는데요. 할아버지는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할머니는 아빠를 큰 집에 거의 맡겨 놓으신 채 집을 나가셨거든요.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나야 할 아이에게 그 일은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도 아빠는 여전히 가슴에 할머니에 대한 원망을 품고 계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 어릴 때 받은 상처는 나이가 들어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상처를 예로 든 것이고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뭘까요? 그건 아마도 관계 속에서 버림받는 체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혼자가 편하고 뭘 해도 여럿이 힘을 합해서 하기보다는 혼자 하려는 경향이 더 강했습니다. 여럿이 함께 하는 데서 오는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기 싫었거든요. 그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았어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까봐서, 못난 모습을 들키는 게 두렵고 수치스러워서 계속 피하려는 저를 발견했어요. 하지만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나라고 완벽하지 않지. 못난 모습도 나의 일부인데 어쩌겠어. 인정할 수밖에.’
그렇게 저는 저의 못난 모습까지 마주하고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담담하게 이렇게 표현하지만 처음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용기도 필요하고요.
더 이상 혼자가 편하다는 말로 자신을 속이는 건 그만하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요. 놀랍게도 제 마음 안에는 관계 맺는 것에 대한 부담감 너머에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더불어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에서 세상에 홀로 남겨져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그 순간 이름도 모르는 이 사람들이 너무나 그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울컥해지더라고요. 과거에 사람들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여전히 제 마음 안에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점은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된다는 건데요. 우리 주변에는 배려심 많고 인정 넘치는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분에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을 모아서 일을 하다보니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걸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요.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여전히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인간이 아니거나 자신을 속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처 받을까봐 두려워 하는 마음이 클수록 그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난 혼자가 좋아. 난 혼자가 더 편해’라고 말하면서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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