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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여러분은 설득 당하지 않을 만큼 확고한 사랑을 하고 있나요?

by 풍요로운 마음부자 202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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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_ 제인 오스틴 _  문학동네
 






제인 오스틴은 워낙 유명한 작가이기에 그녀가 쓴 작품은 전부 읽는 것을 목표로 했던 터라 한 권씩 사서 읽는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은 제인 오스틴이 남긴 마지막 작품이기에 그 특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오만과 편견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의외로 설득은 그다지 인지도가 높진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라면 전혀 후회하지 않고 읽을 수 있으니 그 또한 즐거움이겠지요.
 


그녀가 쓴 소설은 이미 영국 BBC에서도 수차례 드라마영화로 제작되여 방영하기도 하였으며, 헐리우드 영화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졌기에 책을 읽지 않아도 영화나 드라마로 가볍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늘 느끼는 것이지만, 원작을 뛰어넘는 각색은 없는 것인지, 소설 원작의 영화나 드라마는 거의 대부분 실망을 안겨주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을 때 상상하는 즐거움과 재미만큼은 최고의 선물이죠.
 


줄거리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 너무도 뻔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충분히 가슴 아프고 그렇기에 소설이 끝나는 시점에서 맘껏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랑은 주인공 앤과 웬트워스 대령(프레데릭)이 했지만 그 결실에 독자도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골의 준남작 월터 엘리엇 경은 부인을 잃고 세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첫째 딸과 막내딸은 아름다운 외모에 비해 성격은 귀족 근성이 배어서인지 안하무인입니다. 하지만 둘째딸인 앤은 두 자매와 달리 셋 중에서는 가장 현명하고 멋진 여인이지만, 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닌데다 이젠 결혼 적령기를 넘긴 시들어가는 27살 노처녀에 불과합니다.
 


그런 앤도 사실 8년 반 전 맘껏 사랑하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단지 그녀가 사랑했던 웬트워스에 대해 주변인들은 탐탁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특히 그녀의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위의 설득으로 헤어지게 됩니다. 아버지 월터 엘리엇 경의 낭비벽으로 결국 살던 집을 세를 내주게 되는데, 그 집에 웬트워스와 그의 누님 내외가 들어와 살면서 운명처럼 재회하게 됩니다.
 

 

 



그러나 앤 앞에 다시 나타난 웬트워스는 부와 명예를 거머쥔 대령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재회하던 당시 그는 8년 반 전에 앤에게서 받은 상처로 인해 그녀에게 차갑게 대하고 앤과 함께 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결혼할 상대방은 우유부단하지 않은 결단력 있는 여자면 좋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말합니다. 당당히 성공한 모습으로 돌아온 웬트워스 대령. 그가 과거 자신을 거절한 한 여인에게 품었던 미움이 사실은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서로가 가지고 있던 오해는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두 사람은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마침내 결혼에 이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웬트워스 대령이 앤에게 남긴 편지 내용은 애절하기까지 합니다. 다음은 그 편지의 내용입니다.

"더는 침묵하며 들을 수가 없군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당신에게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당신의 말이 제 폐부를 찌릅니다. 고통스러운 한편 희망에 부풀기도 하는군요. 제가 너무 늦었다고, 그 소중한 감정이 영영 사라져버렸다고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에게 다시 제 마음을 드립니다. 8년 반 전 당신은 제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제 마음은 여전히, 아니 전보다도 더 당신의 것입니다.

남자는 여자보다 더 빨리 잊는다거나, 남자의 사랑이 더 빨리 식는다고 말하지 마세요. 제가 사랑한 여자는 당신뿐이었습니다. 제가 부당했는지도 모르지요. 나약하고 원망에 차 있었어요. 하지만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답니다. 제가 바스에 온 건 오직 당신 때문입니다. 오로지 당신만을 생각하며 계획을 세웁니다. 눈치채지 못하셨나요? 제 소망을 알아보지 못하신 건가요? 당신이 제 마음을 꿰뚫어 보았듯이 제가 당신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 열흘씩이나 기다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글을 쓰기가 힘들군요. 순간순간 저를 감격케 하는 말이 들립니다. 목소리를 낮추어 얘기하셔서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더라도, 저는 그 어조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너무도 선하고 너무도 뛰어난 사람! 당신은 정말 우리를 제대로 이해해주시는군요. 남자들에게도 진정한 애정과 절개가 있다는 걸 믿어주시니까요."



이 소설이 19세기 초중반에 쓰인 소설임을 고려해보면 왠지 모를 편견이 자리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연인의 사랑이라는 것이 세월이 흘러도 순수함을 잃지 않으며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설득’에 설득당하지 않기란 참으로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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