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TV를 전혀 안 보는데요. 요즘 챙겨보는 TV 프로가 하나 있습니다.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인데요. 오은영 박사님께서 진행하셨던 아이들 상담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어서 그랬는지 최근 추천 영상으로 ‘결혼지옥’ 영상이 떠서 한 번 봤습니다. 그러다 호기심에 이끌려 챙겨보게 되었는데요. 대한민국 상위 4.3% 부부라고 해서 봤는데 알고 보니 이 수치는 ‘하루에 대화를 5분을 채 넘기지 않는 부부’라고 합니다. 충격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당사자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아마도 자녀가 있기에 이혼이라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 내용은 여기에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해서 생략합니다. 다만, 제가 그 영상을 보고 느낀 점과 생각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두 부부간 대화는 깨톡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요. 말 그대로 ‘음소거 부부’였습니다. 발단이 된 사건을 들으며 저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길거리에 홀로 남겨진 아내분이 느꼈을 감정을 최대한 이입해서 느껴보았습니다. 당시 아내는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였는데요.
저는 당시 그 상황에 놓인 아내분의 입장이 되어 보았습니다.
내려달라고 진짜 이 추운 겨울날 내리라는 저 사람이 몹시 싫어집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따뜻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할 시간에 임신한 몸으로 이러고 있는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슬픕니다. 배 속 아이들에게 생각이 미치자 버려진 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북받쳐 오르며 다시금 남편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 겨울 홀로 남겨진 데 대한 외로움과 서러움, 공감해주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 저런 사람과 결혼했다는 자책과 아이들을 어쩌면 홀로 키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오며 막중한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지만 냉정해져야 합니다. 배 속에 있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 또 다짐합니다.
또, 저는 남편분의 입장이 되어 보았습니다.
내리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존중하여 차에서 내리게 했으나 이내 후회가 밀려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순간의 감정이 폭발하면서 아내와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 내리게 했지만 추운 겨울 홀로 거리에 남겨져 있을 아내가 한편으로는 몹시 걱정됩니다. 더군다나 아내는 홀몸도 아닌데 아이들을 생각하면 내가 너무 했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다시 데리러 갈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큽니다. 너무 괘씸하다는 생각과 먼저 굽히는 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살포시 고개를 치켜듭니다.
영상을 통해 두 사람이 하는 말만 들어도 느껴지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는데요. 특히 아내분의 감정이 전해져 울컥했습니다. 제가 느낀 점은 아내분과 남편분은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자기사랑’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었는데요. 아내는 남편의 성의 없는 대답에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영상을 보는 내내 지켜본 남편은 아내를 무척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인상 깊은 장면은 온종일 육아로 피곤에 찌든 남편이 아내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남편분은 내향성이 강하고 말로 표현을 잘 하는 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먼저 다가서는 것을 꺼리는 듯했습니다. 남편분은 아내가 출근하는 주말 내내 아이들을 돌보고 힘들었는데 그걸 알아주지 못하는 아내에 대해 ‘억울하다’고 표현했지만, 제가 보기에 남편분이 아내에 대해 마음 깊은 곳에 쌓아 둔 ‘괘씸한 감정’이 더 커 보였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지게 된 발단이 된 사건과 그 사건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도 신중히 다루어져야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보려면 두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두 분의 용기에 먼저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특히 남편분은 다른 사람에 대해 신경을 더 많이 쓰는 편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보입니다. 물론 아내분도 큰맘 먹고 아이들을 위해 내린 결정일 것입니다. 두 분의 심정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함과 간절함 그리고 집에서는 단 1초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소망이 컸을 것입니다. 영상을 지켜보는 내내 저는 소모적인 대화로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두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평소 서로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과 상대방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변화하는 노력을 해나가는 것이 부부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오은영 박사님의 말씀은 비단 이 부부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남녀가 사랑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기르는 그 모든 과정이 고통과 불행으로 보일지라도 사실 더 큰 그림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아실 텐데요. 그러고 보니 남녀관계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저는 이 또한 이분법적인 시각이므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남자와 여자는 신체적으로 다릅니다. 요지는 분리는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입니다. 남자와 여자이기에 앞서 우리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더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도 쉽지 않은 지구별 여정을 이어 나가시는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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