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던 친구나 늘 함께할 것 같던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엄청난 슬픔과 함께 다양한 감정을 동반합니다.
예전에 저의 지인 분 중에서 어머니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신 분이 계셨어요. 그분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해요. 장례를 다 치르고 나서도 자신의 감정이 도무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공허하고 슬프면서도 단순히 슬픔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었다고 해요.
그러고나서 평소처럼 지내던 어느 날, 어머니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자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펑펑 쏟아내셨다고 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슬픔 이외에도 아주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경험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인생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에 이와 비슷한 대목이 나와서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살인이나 전염병, 돌발적인 재난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우리의 슬픔은 가중됩니다. 죽음이 가져온 상황보다 분노 때문에, 또는 사건의 갑작스러움 때문에 우리의 삶이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모든 슬픔의 감정은 복잡합니다. 그것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후천성 면역 결핍증 바이러스가 번지던 1980년대 초,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친구들을 스무 명 넘게 떠나보냈습니다. 당시 그는 자신의 감정이 상실의 감정치고는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습니다.
‘난 분명 그들을 사랑했는데, 왜 별로 슬프지가 않지?’
그는 이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후에도 15년이 넘도록 그는 사랑하던 친구들의 죽음에 제대로 슬퍼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그는 두려움에 떨며 잠에서 깨어나, 미친 듯이 집 안을 뒤져 그때 죽은 스무 명의 사진을 찾아냈습니다. 한순간에 슬픔이 무서운 기세로 덮쳐 왔습니다. 슬픔은 그가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준 것입니다."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감정은 참으로 복잡미묘해서 어느 하나를 콕 집어 설명하기 힘들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보통은 특정 감정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지금 느끼는 감정이 뭔가요 하고 물을 때 ‘지금 느끼는 감정은 OOO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잖아요.
더군다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사건은 엄청난 일로 상실감과 슬픔 그리고 후회와 자책감 등 한 번에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많은 감정을 동반합니다. 우리가 과거에 겪은 고통스런 경험으로 현재에도 영향을 받는 것처럼 해소되지 않고 쌓인 감정은 언젠가는 표면 위로 올라옵니다. 한 번에 감당하기 버거운 감정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를 기다려줍니다. 그리고 해소되기만을 기다려 주는데요.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으로 현재와 미래가 발목잡히지 않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마주하고 느껴주고 흘려보내주는 것일테고요.
TV나 영화를 볼 때 특정 장면에서 왠지 모를 불편한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으신가요? 불편한 정도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라면 무의식에 그와 유사한 일로 억눌린 감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느껴진다는 건 이제 해소될 때가 되었다는 신호일테고요.
여러분의 내면에서도 여러분이 이제 불편한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내서 마주할 수 있는 때가 되었음을 알아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스스로 마주할 수 있는 때가 되기를 기다려준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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