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를 속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고 저지르는 기만은 엄청날 정도인데요. 그래서일까요.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었어요. 학교에서 또는 직장에서 상처 주는 사람들의 말에 별거 아닌 척 넘어가면서 그 순간 제가 느끼는 감정을 알아주기는커녕 오히려 감추고 무시하기 일쑤였거든요.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는 척, 쿨한 척, 그렇게 온갖 ‘척척척’을 하던 ‘척척’박사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하나 둘 날아드는 화살에 마음은 상처를 입기 시작했고, 오랜 세월 조금씩 입은 상처는 결국 사람들을 불편해하는 존재들로 인식하게 되었는데요. 급기야 관계를 맺는 것 자체에 피로감이 쌓여갔습니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느니 차라리 피하는 게 상책이니 우선 피하고 보자라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엄청난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했는데요. 상처 받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보지 못하는 게 더 많은데도 말이죠. 전화 통화는 너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문자와 이메일로 소통하는 걸 선호하게 되었어요.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게 여간 피곤한 게 아니더라고요. 청산유수처럼 언변이 좋거나 표현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아닌 저로서는 거르지 않고 내뱉는 말보다 한 두 번 생각으로 거른 후 글로 표현하는 게 더 유리했으니까요. 말로 상처를 받은 세월이 길어서였는지 말을 하는 데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었어요.
역설적이게도,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통해서죠.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서 관계 맺기는 필수잖아요?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힘들게 사는 동안에도 좋은 사람들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다만 자신이 받은 상처 안에서 허우적대느라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죠.
세상과 사람들을 불신하는 마음이 크고 사람들이 하는 말의 의도까지 의심하는 건 여러분 스스로가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는 데 아주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건데요. 어렵습니다. 용기도 필요하고요. 하지만 진심으로 여러분을 배려해주고 대해주는 사람들은 여러분의 마음이 먼저 알아본다는 거에요. 불신과 미움, 증오로 가득했던 제 마음 안에서 독기를 빼내고 나니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혹시 모르죠.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제 무의식에 초대받았을지도요.
누구에게나 관계 맺기는 어려운 과제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가족 중에서도 불편한 사람이 있는데요. 저는 불편한 관계는 굳이 맺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마음을 학대하고 싶지 않아서 기 빨리는 불편한 관계는 애쓰며 유지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감정에 솔직하고 싶고 그렇게 하는 게 그동안 저도 모르게 학대해 온 제 마음에게 용서를 구하고 치유해 나가는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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