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 안에 있는 감정은 이번 생에서만 쌓인 게 아닙니다. 우리는 수많은 생을 살아왔지만 다만 기억만 못할 뿐입니다.
현생에서 쌓인 부정적인 감정만 처리한다면 죽기 전에 가능하겠지만 전생, 전전생, 전전전생 등 횟수조차 셀 수 없는 여러 번의 생을 살아오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쌓였다고 생각해보세요. 벌써부터 숨이 막혀오네요. 스님으로 살았던 전생에 무의식 정화를 한 기억이 없어서 더욱 막막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래도 이번 생만큼은 다 털어내고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호오포노포노로 무의식 정화를 해오면서 맞닥뜨린 건 제 안에 있는 가늠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슬픔이었습니다. 슬픔말고도 분노와 억울함도 상당히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두려움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요. 우리 인간에게 두려움은 거의 디폴트 값으로 마음 안에 설정돼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마음 안에 슬픔이 있다는 걸 짐작만 하고 있었지 규모나 농도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꾸준한 정화로 그나마 슬픔의 표면을 느끼고 그 규모를 헤아릴 수 있게 된 점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화 분노의 질주 다들 잘 아시죠? 이 영화 속편이 시리즈로 나올 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어요. 당연히 본 적도 없었고요. 하지만 주연 배우들이 빈 디젤과 폴 워커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영화 포스터는 워낙 많이 봤으니까요. 폴 워커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도 저는 그저 무덤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당시 마음을 느껴보니 엄청난 충격을 억누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는 일면식도 없는 배우들일지라도 TV나 영화를 통해 만나는 배우들과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게 되는데요.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출연하지 않아도 가끔 기사를 통해 소식을 듣게 되면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반가운 감정, 뭐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망 소식은 10년이 지나고 나서 지금에서야 저에겐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달 개봉한 분노의 질주 10편 Fast X를 영화관에서 보고나서 1편부터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잘 보다가 폴 워커의 유작인 7편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눈물 샘이 폭발하고 말았어요. 이건 마치 물에 흠뻑 적셔진 스펀지처럼 손으로 슬쩍 한쪽을 눌렀다 놓으면 물이 줄줄줄 흐르는 것처럼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 장면을 두 동생들이 대역으로 촬영하고 CG로 처리했다고 하더라고요. 대사는 또 왜 그리도 슬픈지...
다들 잘 아실 거에요. 우리는 육체와 사념체(혼)와 정신체(영)로 이루어져 있고 죽음은 다만 육체를 벗어던진 거라는 걸요. 그래도 ‘죽음’이라는 상품은 인류에게 두려움을 꾸준히 안겨주는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잘 아실테고요.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죽음 이후 어떻게 되는지를 몰라서일 거에요. 하지만 우린 다 알고 있습니다. 타로 카드에서처럼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걸요.
제 안에 슬픔을 촉발시켜 준 폴 워커라는 배우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 슬픔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멘탈붕괴 직전 정신줄을 겨우 잡았습니다. 눈물이 계속 흐르고 마음이 너무 답답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느껴지는 감정은 보통 상실감과 허망함일텐데요. 저는 이 대표적인 감정을 고농도로 압축해서 이틀 내에 다 겪고 나니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고등학교 1년때 같은 반 친구가 대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 오토바이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도 이렇게 슬퍼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슬픈 정도가 눈물로도 해소가 되지 않자 답답함에 말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아, 슬프다. 슬퍼 죽겠네. 아, 너무너무 슬픈데. 어떡하지?’ 그렇게 말로 풀어내니까 그나마 속이 조금 후련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말이 답답함을 덜어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되고서부터 이젠 말로도 쌓인 감정을 자주 표현합니다. 그리고 울고 싶으면 그냥 우시면서 풀어내세요. 억지로 참다가 쌓아두면 단단해져서 어지간한 슬픔에도 꿈쩍조차 하지 않게 되니까요.
'마음공부 > 감정 느껴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대방의 말에 상처 입었을 때 감정 느끼고 푸는 방법 (0) | 2023.07.21 |
---|---|
지금 감정에 솔직해지기 (0) | 2023.07.11 |
과거를 용서하고 지금을 살아가요 (0) | 2023.05.19 |
소소한 행복 찾아 지금 누리기 (2) | 2023.05.13 |
감정은 우리를 기다려 줍니다 (0) | 2023.05.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