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여러분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말과 관련한 속담 중 대표적인 건 아마도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일텐데요. 말을 잘 하는 건 분명 큰 장점이고 저도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 부러워요. 저는 말 보다는 글이 더 편하고 실시간으로 대화가 오가는 전화 통화보다는 오히려 문자 메시지가 더 편하거든요. 그래도 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고 같은 말이라도 더 예쁘게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말을 예쁘게 하는 재주는 타고나지 않아서 많은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데요. 여전히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살다보면 참 많은 일이 일어나죠. 감정이 상하거나 기분 나쁜 일을 겪게 되면 말을 예쁘게 하기도 힘들고 만일 상처주는 말을 상대방으로부터 듣게 되면 말이 좋게 나올 리가 없잖아요. 화가 나고 감정이 상하더라도 말할 때 제가 가장 조심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화법이라고 하는, 말하는 방식인데요. 적어도 ‘숨은 의도를 가지고 말하지는 말자’입니다. 바꿔 말하면, ‘있는 그대로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자’입니다.
며칠 전 부모님께서 나누는 대화가 제 귀에도 들리더군요. 부모님께서 한 달 넘게 자식들 집에 머물다 고향집에 내려가는 상황이라 먹을만한 반찬이 없으니 내려가는 김에 읍내에 들러서 반찬을 좀 사가지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끝에 덧붙이시길, ‘나는 괜찮은데 당신 알아서 해’라고요. 아빠는 항상 본인이 의도한 대로 상대방이 따라주길 바라면서 정작 표현을 이렇게 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눈치 빠른 엄마는 ‘알아서 하는 게 아니고 잠깐 들러서 사가지고 가면 되지’라고 답하시네요.
부모님이 나눈 대화는 의도를 숨겼다기보다는 상대방을 자기 의도대로 행동하게 하려는 가스라이팅에 가까운 것이지만 어쨌거나 특정 의도가 담긴 말은 상대방에게 기분 좋게 들리지도 않을뿐더러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저 솔직하게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면 듣는 상대방도 마음이 편했을텐데요. 이렇게 표현했다면 말하는 사람도 또 듣는 사람도 편하지 않았을까요.
‘한 달 넘게 여기 있다가 집에 가면 먹을 만한 게 없으니 읍내에 들러서 장을 좀 보고 갔으면 좋겠어. 당신 생각은 어때?’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쁘고 자시고 할 일도 없을텐데 아빠가 하는 말하기 방식은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결혼지옥에 얼음 부부가 나왔는데요. 남편분이 밥을 먹고 있는데 아내분이 갑자기 다 먹었냐고 묻는 장면에서 귀가 솔깃해지더라고요. 아내분은 남편이 밥을 다 먹었는지가 궁금했다기 보다는 여러 가지 다른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는데요. 자신은 아이 보느라 자리에 앉아서 밥 먹어본 적 없는데 편하게 밥 먹는 남편의 모습이 좋아 보였을리 없었겠죠. 빨리 먹고 아이 재우는 걸 도와준다거나 뭔가 행동을 빠릿빠릿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니까 ‘다 먹었어?’라고 묻는 말에는 재촉하는 의도도 담겨있는 듯 했습니다.
오은영 선생님께서도 의도를 숨긴 채 에둘러서 표현하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는데요. 의도를 숨긴 질문이나 유사한 표현방식은 오해를 부르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 상대방이 말한 사람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나요? 만일 상대방이 화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땐 어떻게 할 건가요? 왜 말귀를 못 알아 듣냐고 상대방에게 쏘아댈 건가요?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마음을, 감정을, 생각을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특정 의도를 담아서 말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솔직하게 표현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말은 내뱉는 순간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크다는 얘기입니다. 거기에 숨은 의도까지 담아서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이 크다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서로에게 좋습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았다고 해서 마음을 잘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엄청난 착각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숨은 의도를 에둘러서 표현하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다보면 서로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지고 관계만 더 나빠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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