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빠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빠가 갓난아기 때 돌아가셔서 사진으로만 모습을 뵐 수밖에 없었고, 할머니께서는 아버지를 내버려 둔 채 집을 나가셨습니다. 한창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민감한 시기에 아버지는 홀로 친척 집에 얹혀살며 온갖 구박은 물론 차별과 냉대를 당하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모든 걸 알아서 해야 했기에 매우 고달픈 삶을 살아오셨는데요. 의지할 곳 없이 가진 것이라고는 몸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에 겪은 경험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여든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인데요.
가장 두드러진 점은 사랑받지 못한 경험으로 여전히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애정, 사랑, 그리고 관심을 갈구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몸이 아픈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겉으로 드러난 몸의 상태가 병으로 나타나게 되면 생판 모르는 남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빠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큰 수술을 여러 번 하셨는데요. 그리고 감기는 1년 내내 달고 사시는 편입니다. 가장 불편한 것은 물론 본인이겠지요. 그 문제의 근원은 무의식에 자리한 두려움이 가장 클 것입니다. 여러 해 전, 아빠는 급기야 암 선고를 받으셨습니다. 가족의 관심을 얻는 데는 성공했으나 사랑을 받는 데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바로 그 사랑은 이미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아빠는 마음이 아픈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살아오신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너무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세세한 내용을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 고통은 물론 당사자만큼 알 수 없더라도 그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은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어떤 마음이 특히 더 아픈 상태일까’를 떠올려보면 버림받고 사랑받지 못한 체험들로 채워진 유아기와 유년 시절에 느낀 감정들일 것입니다.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상처 입은 여린 아이가 보입니다. 연민이 절로 느껴집니다. 비단, 아빠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너무 많이 보인다는 점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영혼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두 가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데요. 하나는 아빠의 영혼이 3차원 물질계에서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극한 상황까지 자신을 내던져 사랑이라는 걸 온전히 체험해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암은 내면의 두려움이 극대화한 상태에서 드러난 병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또 다른 하나는 가족 구성원들이 사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악역(?)’을 자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 악역을 맡는 것처럼, 아빠의 영혼도 어쩌면 저와 우리 가족의 영적 성장을 도와주기 위해서 그러한 역할을 자처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한 마음이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제한된 인식으로 영혼이 설계한 삶의 전체를 속속들이 안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자신을 믿고 우주를 믿습니다. 그 믿음에 의심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아마도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인데요. 우주를 믿고 내맡겨 보면 불행도 그저 하나의 체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한 체험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그것이 우리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오늘도 쉽지 않은 지구별 여정을 이어가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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