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차트를 달리는 남자’라는 프로그램에서 ‘전 세계가 주목한 세기의 재판’을 주제로 다루었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연쇄살인범인 게리 리지웨이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게리 리지웨이는 1982년 시애틀 그린강 지역에서 사체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9년 동안 무려 48명을 살해하여 ‘그린강의 살인마’로 불렸습니다. 마침내 경찰이 체포한 살인마는 당시 페인트 공장에서 일하던 남성 게리 리지웨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자들과 성관계만 했을 뿐 살인은 하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그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하면 사형을 면제해 준다는 말로 유죄거래를 신청합니다. 그는 사형을 면제받기 위해 48명의 살인을 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합니다.
하지만 재판장에 선 그의 모습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피해자들의 가족을 똑바로 바라보는 뻔뻔함을 보이기까지 합니다. 한 유가족은 그가 한 짓을 똑같이 당해 봐야 하며 피해 여성들이 느낀 공포를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대다수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그를 비난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흐느끼기도 했습니다. 유가족들의 비난에도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응시하던 그는 마치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보일 정도였는데요.
그때 한 피해자 여성의 아버지인 로버트 룰이 차분히 말합니다.
“여기 있는 유가족분들은 모두 당신을 증오하는군요.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저는 당신이 한 행동을 용서합니다.
당신은 신에 대한 내 믿음을 시험에 들게 하였지만, 신께서 말씀하시길 모두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당신 또한 용서받았습니다.”
로버트의 말에 연쇄살인범은 흐느끼기 시작합니다.
게리 리지웨이는 로버트가 ‘당신이 한 행동을 용서한다’는 말을 하리라고는 아마 꿈에도 생각 못 했을 것입니다. 마침내 그는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사죄를 하였고 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뉘우치지 않는 범죄자에게 유가족들의 끝없는 비난은 오히려 그의 입을 굳게 다물게 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여성의 아버지 로버트는 비록 사랑하는 딸을 잃었지만, 살해범을 진심으로 용서함으로써 끝없는 고통과 좌절에서 벗어나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로버트는 이후 다양한 매체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는 리지웨이가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인 것은 맞지만 무척 불쌍해 보였다며 그에 대해 깊은 연민을 내비쳤습니다. 로버트는 그를 살인범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바라보았으며 그가 자라온 성장배경과 환경을 이해함으로써 연민을 가졌으며 용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로버트의 행동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용서야말로 과거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해주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며 살 수 있게 해주는 전환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내면을 치유할 수 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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