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마치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영원히 우리에게 오지 않는 그 무엇인 걸까요? 돈이 많으면 행복하고 없으면 불행하고, 이걸 하면 행복하고 저걸 하면 불행하고....이런 식의 사고체계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마치 행복에는 어떤 특정한 조건이 있어 보입니다.
행복과 거리가 멀수록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이 더 자주 들리는 건 그저 기분 탓인 걸까요? 가끔 기분 좋아 보이는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으레 ‘정말 행복해보인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나봐.’라며 가볍게 생각하죠. 기분 좋은 일이 있어야 행복해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요.
다음 문제를 한 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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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중 빈칸에 가장 알맞은 말은?
Q. 당신은 어떨 때 행복을 ______________?
① 느끼세요 ② 채우세요 ③ 꺼내먹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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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이 ①번을 선택할텐데요. 행복을 느끼는 데 조건이 붙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까요?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 순간적으로 올라온다면 그 또한 인정하고 수용해주세요.
한 달 전쯤 제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여느 날처럼 그날도 책상 앞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정말 한 순간에 일어난 일로,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가 훅 느껴졌습니다. ‘행복감’ 그 자체였습니다. ‘아, 좋다’라는 말이 속으로 나오더라고요. 고양되는 그 느낌이 좋으면서도 신기하기도 하고 놀라워하기를 반복하다가 그 순간 생각의 뇌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뭐지? 왜 갑자기 기분이 좋지? 이렇게 기분이 좋아야 할 일이 있었던가?’ 끊임없이 생각이 이어지기 시작했어요. 그저 느껴지는 행복한 감정조차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분석하려 한 어처구니 없는 저의 철없는 행동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그저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데도 우리는 특정한 때에, 뭔가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세뇌되어 있는 상태라는 걸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문제에 제시된 문장을 다시 볼게요.
‘당신은 어떨 때 행복을 느끼세요?’
어떠신가요? 저는 이 문장 자체가 오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날 그 짧은 찰나의 행복감은 저에게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어요.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데 아무런 이유도 필요없다는 것, 행복하지 않다가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상태가 되면 뇌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어떨 때 행복을 느낀다는 식의 조건부 행복은 진정한 행복일 수 없다는 거에요. 왜냐면 행복은 아무런 조건이 붙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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