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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마음 들여다보기

못난 내 모습도 받아들이고 인정합니다

by 풍요로운 마음부자 202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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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장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 두 가지는 있을텐데요. 저는 끈기가 부족합니다. 새로운 걸 좋아하고 그래서 금방 시도하지만 이내 아니다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포기해버립니다. 대학교 1학년 방학 때 EBS에서 하는 기초 일본어 회화를 보다가 문득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네’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곧바로 다음 날 기초 일본어 회화 책을 사서 공부를 하려다가 하루도 안 되어서 책을 덮어버렸어요. 일본어를 어느 정도까지 막힘 없이 구사하려면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 이후 독일어와 스웨덴어도 기초를 혼자 배워보려고 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너무 대단한 결과를 기대하다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과 노력에 압도당해 누구보다 빨리 포기해버리고 마는 거죠.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그 끝은 너무도 초라해서 숨어야 할 쥐구멍을 찾기 바빴습니다.
 
 
 

 
 
끈기 부족은 그 이전에도 여전했고 더 심각한 것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렸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영어 문제집과 수학 문제집을 사서 재놓기에 바빴습니다. 중요 과목일수록 그저 문제집 하나를 끝까지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 될 것을 이거 보면 이게 좋아 보이고 저걸 보면 저게 좋아 보여서 이 책 저 책 사놓고는 처음 몇 장만 보고 내팽기치기 일쑤였거든요.
 
저는 정말 오랫동안 뭘 잘 하는지 몰라서 엄청나게 고민하며 살았습니다. ‘뭘 해먹고 살아야 할까’ 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과 지속적인 불안감에 시달렸고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요. 남들처럼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운이 좋아(?)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도 했지만, 졸업 후에도 제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지낸 시간이 정말 길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전혀 허송세월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파릇파릇한 청춘일 땐 모든 게 미숙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뭘 좋아하는지, 어떤 걸 할 때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지를 처절할 정도로 파헤치고 알아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목에서만큼은 한국의 교육을 탓하고 싶어지네요. 물론 그게 제 영혼의 선택일지라도요.
 
 

 
 
인간관계에서 오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저에게는 저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 첫 출발점이 되었는데요. 예전엔 너무도 사소해서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냈을 미세한 감정과 느낌까지 알아차리려 노력하면서 ‘나’라는 대상에 집중했습니다. 그 대상이라고 하면 이 육체를 입고 있는 인간 아무개는 물론 이 아무개의 정신 너머에 있는 의식까지 포함해서요. 그렇게 끊임없이 나를 발견하려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야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정말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제가 가진 못나고 인정하기 싫은 모습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지더라고요. 재미있는 사실은 그렇게 파악된 특징들을 살펴보니 전혀 새로울 게 없더라는 거예요. 단지 어릴 적부터 반복되던 행동과 습관이 명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정의 또는 정리되지 않았을 뿐이었어요. 그 중 하나가 ‘끈기 부족’이었고요. 또 하나, 아주 어릴 때부터 저는 제가 느끼는 감정을 느껴주기보다 억누르고 회피하며 살아왔습니다. 억눌리고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수용되지 못한 감정은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 저를 여러 해 동안 무기력에 빠트리며 힘들게 했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글을 꾸준하게 올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게으름인데요. 저에게 게으름은 끈기 부족과 무기력의 종합선물세트인 셈이죠. 그리고 저는 지루함을 굉장히 빨리 느낍니다. 이 점도 빠트릴 수 없겠네요. 그조차도 저는 받아들이고 인정합니다. 사실이니까요. 물론 직장에서 일할 때 게으름을 피우는 건 아니고요.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낼 때 보이는, 제가 가진 여러 가지 못난 점들 중, 저만의 특징 중 일부라는 거에요. 만약 다른 사람들이 ‘넌 게으르잖아’ 하면 예전엔 흥분해서 씩씩거렸을테지만 지금은 ‘그래, 그 점은 나도 인정’하고 답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이 말이죠. 못난 모습조차도 ‘나’라는 걸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어쨌거나, 게으르다는 점 때문에 꾸준하게 뭔가를 하는 게 쉽지 않아서 찾은 저만의 방법이 있는데요. 과정에 집중하고 그 자체를 즐기려고 해요. 가령,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글 쓰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거에요. 이 블로그는 저에게는 일종의 마라톤이기도 해요. 저는 글 쓰는 게 좋아서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마라톤처럼 평생에 걸쳐 이 블로그를 가꾸어 가려고 하거든요. 그러려면 벌써부터 지겨워지면 안 되잖아요? 끈기가 부족하지만 어찌보면 ‘빨리 지루해하지 말라’는 신호가 아닐까해요. 그조차도 변명일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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