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 맺기에서 오는 불편함

 

 

 

이 세상에 자신과 똑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 잘 알고 계실텐데요. ‘다름’에서 오는 차이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자극으로 삶에 활력을 불어넣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저는 처음 사람을 만나면 항상 공통점을 먼저 발견하려고 애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공통점보다는 오히려 차이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당혹스러울 때가 훨씬 더 많았는데요.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게 당연한 것인데도 서로에 대한 차이점을 보려 하지 않고 불편한 마음을 재빨리 친밀감으로 바꿔놓으려하는 억지를 부리곤 했습니다.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숨이 막힐 듯 하고 너무나도 불편해서 견디기 힘들정도였으니까요. 서로가 처음 만나면 서먹한 게 당연하고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런데도 저는 그 상황에서 어떡하든 불편한 감정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도요.

 

 

동네 한 바퀴나, 자연인 같은 TV 프로그램에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오면 곧바로 ‘억지스럽다’는 감정이 올라오고 제 마음이 왜 그리도 불편하고 견디기 힘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닌데도 불편함을 직면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데 익숙해져버렸습니다. 물론 TV 프로그램이 대본과 감독의 연출로 제작되는 걸 알고 있더라도 저는 TV 속 장면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순진함 속에 갇혀 지냈던 것 같아요.

 

‘새로움’은 기대감에 부풀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하기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데요. 알고보면 모두 처음은 있었고 익숙해지는 것도 시간이 흐르며 쌓아온 흔적일텐데 언제나 새롭게 맺는 인간 관계에서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오랜 옛날에는 어땠을까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낯선 사람을 대면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이지 않았을까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는 데 불편한 마음이 더 크다면 그 불편한 마음을 먼저 알아차려야 할텐데요. 저는 여전히 인간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다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전생 인연에서 이어져 온 것이기도 할테고 제가 물려받은 유전자에 심어진 조상들이 풀지 못한 숙제를 제가 떠 안은 것일수도 있겠고요. 흥미로운 점은 처음 만나는 사람이 모두 하나같이 불편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어떤 사람은 처음 만나는 데도 너무 친근하게 느껴지고 편해서 만나는 순간 마음이 놓이기도 하더라고요. 알고 지낸 시간이 꽤 오래 흘러도 여전히 불편한 사람들도 있고요.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어요. 처음 만나는 자리는 모두에게 서먹하고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런 상황에서 굳이 억지로 뭔가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인간 관계에서 오는 피로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습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이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요. 쉬운 예로,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올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은 이제 그만, 지금부터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는 거야’라며 할 필요가 없다는 거에요. 그저 ‘아,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오고 있구나’ 이 정도만 알아차려도 충분합니다. 우리는 이분법에 함몰되어 ‘부정적인 생각은 나쁘고(또는 좋지 않거나 옳지 않다거나) 긍정적인 생각은 좋은 거(또는 옳은 거)’라고 여깁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이어서 나쁜 게 아니라 부정적이라고 판단하고 단정짓기에 나쁘다고 간주되는 것일뿐 부정적인 생각이든 긍정적인 생각이든 그 자체로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부정적인 생각과 불편한 감정은 우리 내면에 억눌려 있거나 인정해주지 않아 갇혀버린 에너지가 있다는 걸 알아달라는 신호입니다. 이분법에 함몰된 채로 살아온 우리입니다. 좋고 나쁘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지내온 시간이 깁니다. 좋음(좋다고 간주되는 것)과 나쁨(나쁘다고 간주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으며 우리의 영혼을 성장시키기 위함이라는 걸 비로소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