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밝은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갑니다. 올 한 해 목표를 정하고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저는 지난 해 목표를 하나만 정했고 힘겨웠지만 끝내 달성했습니다. 이 블로그에 매주 한 편씩 글을 올리는 것이었거든요. 스스로가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졌어요. 이번 해에도 목표는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꾸준히 뭔가를 유지해나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성취감에 자극 받아 이 일을 농사 짓는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해나가려고 해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구글 검색에서 블로그 글이 노출되지 않아 하루 방문자 수가 얼마되지 않지만 크게 게의치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전달 되어야 할 메시지가 이 블로그를 통해 전달이 된다면 그보다 더 뿌듯한 일도 없을테고요.
저는 한 해 두 해 세월이 지나갈수록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껴요. 부모님 모두 살아 계시지만 이제 조금씩 이별할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도 실감이 나고요. 물론, 인간으로 하는 체험이 끝나는 시점이 죽음이라는 다소 요란한(?) 사건으로 다가오겠지만 크게 슬프다거나 두렵지는 않아요. 오히려 자식으로 해야 할 일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에 홀가분하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저희 엄마는 가끔씩 외할머니와 외할어버지 이야기를 하시는데요. 그 때 저에게 느껴져 오는 건 엄마가 두 분을 정말 많이 그리워하고 계시다는 거에요. 저 또한 그럴 것 같아요. 제가 나이가 들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해도 저는 오히려 기쁠 것 같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던 물질계 체험이 끝난다는 기쁨 때문입니다. 가진 게 없어서 오히려 미련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다행스럽게도 부모님께서 살아계셔서 효도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양애란 자모님께서 쓰신 책 ‘또 하나의 나를 보자’에도 부모님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저는 특히 아프신 부모님에 대해 하신 말씀이 와 닿았어요. 몸이 아프면 누가 가장 불편할까요? 맞습니다. 몸이 아픈 당사자일테지요. 나이 드신 부모님이 병으로 편찮으시다면 그건 자식에게 효도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당신이 불편한 건 게의치 않으시고 자식에게 못다한 효도를 하도록 기회를 주고 불효를 만회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니까요. 자식들은 부모님이 아프면 병원비와 병간호에 들어가는 시간을 신경쓰지 오히려 바꿔서 생각은 못 하잖아요.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기대감에 부풀며 희망을 얘기하면서도 정작 마무리가 되어가는 시점이 다가오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루를 잘 살아내고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면서도 종료시점이 다가온다는 것에 평온해지는 요즘이에요.
지금 우리는 AI가 바꿔 놓을 시대를 두려움으로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는 AI가 가져올 삶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AI는 큰 흐름으로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이라는 건데요. 어찌됐건 두렵다고 한들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피하고 싶다고 한들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저 일어나는 일을 겪어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해요. 인간으로 하는 체험이 종료되는 시점에 다다르면 그땐 천상병 시인이 귀천(歸天)에서 표현하신 것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하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해가 바뀔수록 가는 세월이 고마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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