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여러 해 전 일입니다. 한 여름이 시작되기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점심 시간, 식사 후 커피를 사러 잠깐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내면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는데요. 바보같은 질문을 한다거나 어이 없는 실수를 한다거나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스스로를 깎아내리던 시절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마음 공부를 한참 하던 시기였기에 그러한 모습 하나, 둘 의식하면서 속으로 '그래, 그런 모습 또한 나라는 걸 인정해.' 하고 되뇌였습니다.
그 순간, 내면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이죠. 아니 이게 뭔 소리인가...
어릴 적부터 자책과 자기혐오가 심했던 저로서는 그 소리가 너무도 생경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양극단은 서로 맞닿아 있고 그렇기에 서로 통한다는 말처럼, 자기혐오는 역설적이게도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또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요.
물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전 몇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심정지로 잠시 기절한 일도 그 중 하나였는데요. 심장이 일순간 멈추면서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당시 얼마나 기절해 있었는지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아마도 이 때부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수많은 '나'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연민의 감정이 싹트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깨닫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리고 그 날, 언제든 예고없이 이 지구별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물론 태어나기 전에 하기로 한 일들을 마무리 하기 전까지는 이곳을 떠나지 않겠지만, 어쨌거나 그 경험은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못났다고, 마냥 싫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그 생각은 뿌연 안개처럼 허공으로 사라질 뿐 실체가 없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실체 없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 자신을 싫어하게 만드는 경험을 창조하게 됩니다. 물론 그 경험이 주는 교훈은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겠지만 그 교훈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또 얼마나 많이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될지는 모를 일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지켜주고 아껴주는 스스로의 엄마 혹은 아빠여야 합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을 비난하는 모습을 여러분 부모님께서 보신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스스로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그 누군가가 바로 여러분 자신이고 그 모습을 부모의 마음으로 관찰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자신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잘났든 못났든 그 어떤 모습이라도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엄청난 자기혐오로 힘들어 하고 계신가요? 역설적으로 들리시겠지만, 여러분은 그만큼 자신을 사랑하고 계십니다.
'난 왜 늘 이 모양이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떠올리고 다시 생각을 전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받아 들인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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